[ART in 한화] 다이아몬드 가루로 그린 구두, 앤디워홀

이 그림은 앤디 워홀의 <다이아몬드 가루로 그린 구두>란 작품이다. 생각해보면 구두, 특히 여성 구두는 워홀 작품의 변함없는 소재이자 그에게는 무척 중요한 이미지였다. 워홀에게 이 매끈하고 아름다우며 다분히 성적인 매력을 풍기는 여성 구두란 어떤 존재일까?

체코 이민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난 워홀은 피츠버그카네기공대를 졸업한 후 디자이너로 성공하기 위해 뉴욕에 왔다. 종일 운동화에 후줄근한 작업복 차림으로 종이 가방에 드로잉을 담아 들고 잡지사를 돌아다니며 일자리를 찾았던 그에게 성공을 안겨준 것은 다름 아닌 구두 드로잉이었다. 우연한 기회에 밀러 회사의 구두 광고를 제작했고, 이는 그에게 상업 미술가로서의 명성을 확고하게 해주었다.

워홀은 밀러 회사의 구두 광고에 사용된 드로잉으로 1956년 아트 디렉터 클럽이 주는 상을 받고, 57년에는 가장 영예로운 상인 아트디렉터 클럽이 주는 메달을 수상했다. 그러나 상업미술가로서의 성공에 만족하지 못한 워홀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아티스트를 꿈꾸었다. 순수예술이 예술가를 스타로 만들어주는 신비한 정신적인 분위기를 제공해준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본격적으로 1950년대 내내 구두 그림을 비롯한 작품을 뉴욕 화랑에 내보인다. 그러나 당시 결과는 신통치 못했다.

이후 가난한 이주노동자 집안의 워홀은 아메리카드림을 ‘소비’에서 찾았고 따라서 모든 미국인이 먹고 마시는 캠벨 수프깡통과 코카콜라를 차용해 이를 무한히 복제하는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다루었고 나아가 대중 스타들 초상을 다루었다. 그 작품을 통해 그는 일약 스타 작가가 되었다.

그는 진부하면서도 우상시되는 것들, 참으로 미국적인 소재들을 그렸다. 완전히 세속적인 감성으로 명성, 돈, 화려함, 폭력, 죽음, 소비품과 섹슈얼리티에 매료된 그는 그런 이미지를 무한히 복제해냈고 이는 종래의 미술 개념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Diamond Dust Shoes
아르슈 수채화지에 실크 스크린(판화의 한 종류) 후 다이아몬드 가루를 뿌린 Diamond Dust Shoes
여성 구두의 유형은 그 여성의 진정한 성심리적 취향과 성격을 말해준다. 그 구두의 앞코 부분들이 도열해 있는 워홀의 이 그림은 다양한 구두의 종류를 보여준다. 발은 사라지고 오로지 구두의 매끄럽고 부드러운 선이 강조되었고 전체는 다이아몬드가루로 덮여서 반짝거린다. 대량생산되는 소비품인 여성 구두의 성적 기호와 관능이 어둠 속에서 화려하게 발산되고 있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구두는 발을 보호하고 감싸는 도구이다. 발은 민감하고 말이 많은 신체부위이다. 특히 여성의 발은 남성의 발보다 훨씬 더 에로틱한 힘을 갖고 있다. 그래서 여성의 발은 그 성적 매력의 특성을 강조하기 위해서 많은 미용과 성형의 손길을 받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매년 20만 개 이상의 새로운 신발 모양이 소개된다고 한다.

여성이 평소 신고 다니는 구두 유형은 그녀의 진정한 성심리적 취향과 성격을 말해준다. 여성 구두의 앞코 부분들이 도열해 있는 워홀의 이 그림은 다양한 구두의 종류를 보여준다. 앞코와 함께 스로트라인(발등 바로 아래의 뱀프 끝의 실루엣이다. 이는 여성용 구두에만 있다)이 강조된 형태다. 드레스처럼 브이자(V) 모양, 둥근 모양, 혹은 네모 모양으로 깊게, 또는 낮게 파인 스로트라인이 있다. 섹시한 드레스가 가슴 사이의 골짜기를 보여준다면, 섹시한 구두는 발가락 사이의 틈을 보여준다. 의상에서 네크라인을 깊이 파서 가슴 사이의 골짜기를 보여주는 기법이나 옷깃을 크게 하여 목, 어깨를 드러내는 데콜테 기법이 구두에 적용된 사례다.

이처럼 구두는 여성의 가장 매력적인 신체 부위 가운데 하나인 발을 더 아름다워 보이게 하는 액자 같은 것이다. 이처럼 구두는 발의 매력 포인트를 강조해준다. 여성의 구두는 그녀가 드러내고 말하길 꺼리는 감정과 태도를 대변해주며 무엇보다도 자신의 성적 이미지를 전달한다. 수백 년 동안 여성은 구두를 통해 섹슈얼한 신호를 보내왔다. 그리고 남자들은 그 신호를 적절히 해독해왔다. 그러니까 남녀의 구두 스타일이 다른 한 가지 이유는 바로 성 정체성의 확립에 있다. 이처럼 워홀은 여성 구두의 핵심을 절묘하게 간파하고 이를 매혹적으로 표현했다.


글_ 박영택 미술평론가
사진_ 이승준 1839 스튜디오

* 한화 한화인 465호 게재

*이 컨텐츠의 모든 저작권은 한화그룹 공식 블로그 한화데이즈에 있습니다.

한화.한화인 한화그룹 사보 <한화.한화인>은 한화와 한화인의 열정을 담습니다. 매월 1일 발행되어 5만 7천명의 한화 임직원과 독자님의 가정으로 보내드리는 <한화.한화인> 더 많은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신청하세요. 사보신청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