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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라이프/직장생활

[희망인터뷰] '아마존의 눈물' 김진만 PD


A Teardrop of the Earth


MBC'아마존의 눈물' 김진만
프로듀서

누군가 말한다. 세상은 불평등한 것으로 가득 차 있노라고.
그래도 단 한 가지,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것이 있다. ‘시간’이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순간에도 태연하게 흐르는 시간.
그 시간 속에서 누군가는 쫓기듯 살아가고, 누군가는 이를 ‘기록’한다.

아마존의 눈물 김진만 피디


지구의 눈물
“I see you.” 영화 <아바타>에서 인간의 문명을 거부하는 나비족의 여전사 네이티리는 인류 문명의 사절단인 제이크에게, 단지 이렇게 말했다. “나는 당신을 봅니다.” 그리고 이 한마디는 그들을 교감케 했다. 자신과, 자연과, 동물과 함께. 프로듀서 김진만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나비족을 찾아 나섰다. 판도라의 행성으로 향하는 그의 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아마존의 눈물>을 프로듀싱할 수 있었던 것은 제 인생에 아주 큰 기회였어요. <아마존의 눈물>은 MBC 창사특집인 <지구의 눈물> 시리즈 중 하나로 <북극의 눈물>에 이어 방영되었습니다. 지금 동료들이 <아프리카의 눈물>을 담고 있고, 전 마지막 시리즈인 <남극의 눈물>을 위해 곧 출발할 예정입니다.”

김진만 프로듀서는 지난 4월 25일, 한국을 떠났다. 아직 지워지지 않는 아마존 조에족의 뜨거운 가슴을 안고.

서울대학교에서 사회학을 전공했을 당시만 해도 그는 프로듀서가 된 지금을 꿈꾸지 않았다. 당시 사법고시를 준비하던 형과 함께 고시 공부를 하며, 관료의 길을 걸어야 하나 싶은 소소한 마음이었다. 하지만 그러기에 그는 너무나도 동적인 사람이었다. 활자화된 세상보다 그가 직접 보고 느낀 세상을 스스로 정의 내리고 싶었다. 그때 프로듀서의 길을 걷고 있는 선배를 만나게 되었고 방송국에 입사했다. 그리고 예능국을 거쳐 지금의 시사교양국에 들어와 <아마존의 눈물>을 만났다. 기존 다큐멘터리에 비해 창사특집은 20배 이상의 제작비가 투여되는, 프로듀서라면 탐날 만한 기회였고, 그의 도전은 수많은 시청자를 아마존의 부족과 교감케 했다.


본질의 힘은 연출보다 강하다
다큐멘터리는 시간의 기록이다. 때문에 ‘시간’을 입은 세상의 무엇도 다큐멘터리일 수 있다. 매일 뜨고 지는 달도, 달이 뜨고 지는 사이에 성장해가는 인간도.

“기록을 하다 보면 그 대상이, 혹은 그 대상을 관찰하는 인간이 변해가는 것을 느낍니다. 시간이 길고, 진심을 가지고 관계맺기를 하면 교감의 힘은 더욱 세집니다. 아무리 평범한 사람이라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세상에는 단 하나뿐인 역사를 가지고 있어요. 우리가 살아가는 평범한 인생 속에도 기록되고 있지 않은 수많은 휴먼 다큐멘터리가 존재하죠. 자연도, 동물도, 환경도 마찬가지 입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 중심에 사람이 있기에 전 다큐멘터리는 곧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설득하지 않아도, 목소리를 높이지 않아도 피사체가 지닌 진정성만으로 관객을 움직일 수 있게 하는 힘을 지닌, 그는 그런 다큐멘터리를 찍고 싶다고 했다. 영상을 찍고, 편집을 하고, 나레이션을 입히는 과정에서 더 좋은 그림과 액티비티한 연출로 사람들을 자극하고 싶은 갈등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프로듀서가 ‘도덕성’을 잃게 되면 그것은 이미 다큐멘터리가 아니기에 타협은 있을 수 없다. 그리고 이번 <아마존의 눈물>에서 도덕성에 관한 그의 신념은 더 굳어졌다.

“방영 순서는 아마존의 과거, 현재, 미래였지만 실제 촬영은 정반대로 이뤄졌습니다. 가장 문명화된 부족을 먼저 만났죠. 모터 보트를 타고 사냥을 나가는 부족민, 씁쓸했습니다. 촬영 요소가 많기에 그림은 더 화려하고 연출하기에도 수월했습니다. 반면 마지막에 담은 조에족은 그야말로 밋밋했죠. 문명을 전혀 모르는 그들을 위해 일체의 연출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썼습니다. 때문에 카메라의 뷰가 눈을 대신하는 정도였습니다. 방영 직전에도 판단이 서지 않았어요. 시청자가 과연 알아줄까. 제가 이번에 다시 한번 깨달은 것은 시청자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본질’ 그리고 진정성’이라는 것입니다.”


프로듀서가 되어 다행입니다
그는 아마존의 한 귀퉁이에서 자연을 빌려 쓰며 사는 부족을 만났다. 그들은 인간의 힘을 과시해 필요 이상의 사냥감을 저장하지도 않았고, 누가 사냥을 더 잘하는지 겨루기 위해 자신들을 시험대에 올려놓지도 않았다. 남자는 활과 화살, 여자는 실타래가 전 재산이기에 서로를 비교할 일도 없었다. 인류의 시작도 그러했을 터인데 우리는 이만큼이나 진화되었고, 문명을 일궜고, 그 문명이 준 달콤한 기억을 좇으며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그들은 어인 일인지 화가 난 친구는 간질여 웃게 하고, 어떤 하루는 멍한 채 시간을 다 흘려보내고도 행복해했다. 조에족. 김진만 프로듀서는 그들을 만나 참 다행이라고 했다.

“조에족은 제가 아마존에서 만난 최고의 부족이었습니다. 그들과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떠올리면 지금도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언젠가 그들도 문명을 알게 되겠지요. 호기심이 많은 그들이니 생각보다 빨리 그 일이 벌어질지도 모를 일입니다. 때가 왔을 때, 그들이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길 바랄 뿐입니다. 인류의 욕망과 비켜있기에 행복한 그들의 모습을 알아주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는 한화인에게 이렇게 말했다. “현대인은 무언가에 쫓기며 살아가지요. 뒤를 돌아보면 큰일이라도 나는 듯한 모습입니다. 하지만 살아가다가 방황의 순간이 찾아오면, 아니 설사 그렇지 않은 평범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가끔은 인생의 시계를 멈춰보시기 바랍니다. 혼자 여행을 떠나는 것도 방법이겠지요. 그 시간이 아니면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을 알게 될 거예요. 그러면 지금까지처럼 차분히 걸어나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되실 겁니다.”



글_한윤정 i Publics  
사진_이승준 1839 스튜디오 사진  이승준 1839 스튜디오


* 위 컨텐츠는 사보<한화,한화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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