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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라이프/직장생활

[희망인터뷰] 시인 안도현이 묻는다. 당신은 지금 행복한가.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너에게 묻는다. 안도현


          
뜨끔했다
아마 다들 그러했으리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이 질문에 당신은 당당할 수 있는가. 욕심과 자만과 타인의 시선에 순수하게 뜨거워 본 적이 없었다면, 지금 내 인생이 행복하지 않다면 안도현 시인의 이야기를 들어보길 권한다.
  



Discover in a Trifling


지금이 행복하다고 용감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 시인 안도현

사소하고 효율적이지 못한 것, 지저분하고 느린 것. 이런 것들을 다 지워버리면
이 세상은 반짝거릴까.
시인의 세상에선 이 모든 것이 그것인 채로 아름답다.
사소하면 사소한 대로, 느리면 느린 대로, 지저분하면 지저분한 대로.
시인은 세상에 말한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시인 안도현

주저하기, 머뭇거리기


시인이, 진짜 시인이 최신형 휴대폰 기기로 주식을 사고팔거나 골프 약속으로 바쁜 주말을 보낸다. 그것만큼 난해한 추상화도 없을 것이다. 안도현은 우리 시대의 시인으로서 가장 안정감을 주는, 크레파스로 그린 풍경화 같은 사람이다. 말하자면 ‘시인의 정석’과 같은.

“세상의 질서와 세상의 흐름에 비켜가는 사람이 시인이 아닐까 합니다. 그것이 권력이든, 돈이든, 명예든. 반대쪽으로 가거나, 이게 아닌데 하며 고개를 갸우뚱하거나 딴지를 거는 사람. 그런 의미에서 이런 말들을 좋아합니다. 모든 시인은 ‘생태주의자다’라든지 시인은 ‘오른쪽보다는 왼쪽의 생각을 많이 가져야 한다’와 같은. 세상의 질서에 편입되기를 주저하거나 머뭇거리는 사람이 시인인 것 같습니다.”

자본주의의 삯을 먹고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더 큰 아파트에서 살고 싶고, 배기량 높은 차를 원할 수 있다. 하지만 시인이라면 최첨단 생활보다는 최첨단 의식을 가져야 하는 법. 시인 안도현에게 최첨단 생활의 옵션은 고급 세단이 아닌 버스와 지하철이다. 초고층 주상복합 건물이 아닌 슬레이트 처마 밑에서나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아주 보잘것없는 것과 하찮은 것들, 그 속에 숨어 있는 비밀들을 찾아내는 것이 제 일입니다. 사람들은 더 많이, 더 빠르게 그리고더 높이 올라가려고들 애쓰고 전 그 반대편을 봅니다. 느리고, 녹슬고, 낮은 것들 말입니다. 글쎄요. 왜 그럴까요. 전반대편에 있는 세상이 더 예쁘고, 사랑스럽거든요.”


지금, 즐거운가

행복은 정말 단순한 질문으로 확인할 수 있다. “당신은 원하던 인생을 살고 있습니까?” “그것을 하고 있는 ‘지금’이 즐겁습니까?” 이두 가지를 물었을 때, 용감히 ‘네’라고 말할 수 있다면 당신에게도 시인의 자격은 주어질지 모른다. 시인 안도현은 이 두 가지 물음에 자신 있다 했다.

“시를 읽고 쓰다 보면 시간이 빨리 지나가고 재미있습니다. 자기 혼자 재미를 느끼는 일이 많지 않을 텐데, 저에게는 시에 몰입하는 시간이 그런 것 같습니다.”

크게 웃으며 떠들지 않아도 ‘가만히’, ‘조용히’ 즐거울 줄 아는 사람. 그래서 시 쓰는 ‘재미’를 일찌감치 발견한 사람. 안도현은 그런 시인이었다.

“시는 없는 것을 새로 만드는 일이 아니라 원래 있는 것, 남들이 찾지 못했던 것을 찾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다 알고 있는 것이지만 그 속에 숨어 있는 의미나 사실을 시인이라는 자가 찾아내는 것이지요. 그래서 발견하는 기쁨이 무엇보다 큽니다. 내가 찾아내고 나면 많은 사람이 ‘아, 그거 나도 알고 있던 건데’라고 공감하게 되지요. 물론 다 알고 있는 사실에서 시의 소재를 찾아내는 것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눈에 금방 띄진 않지만 이것도 제 업이니 매달리다 보면 자꾸 생겨나네요.”

자꾸 생겨나기에 자꾸 즐거운 작업에 몰입할 수밖에. 이 즐거운 작업 가운데 하나인 어른을 위한 동화, <연어>가 벌써 100쇄를 훌쩍 넘겼다. 인쇄에서 ‘100쇄’란 영화의 ‘1000만’ 관객만큼 힘든 일이다. 후속편에 대한 요청이 이어진 지도 3년째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이제야 그 후속인 <연어이야기>를 완성하고 출간하게 되었다고.

“이번 <연어 이야기>에서는 ‘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나와 너를 잇는 끈, 마음의 끈이기도 하지만 다르게 말하면 관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갈라지고 흩어진 관계를 회복하는 데 힘을 보탤 수 있는 이야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가 쓴 또 다른 어른을 위한 동화 <나비>에는 어릴 적부터 바보라 불리는 아이가 등장한다. 겉으로 봐도 코를 찔찔 흘리는 영락없는 바보다. 그러나 이 아이는 친구를 생각할 줄 알고, 벌레 하나 새알 하나도 아낄 줄 아는, 그런 아이다. 우리는 바보를 그저 바보라 생각하는 사람일까, 아니면 바보가 가진 마음의 깊이도 알아챌 수 있는 사람일까.

시인 안도현

지갑 채우기 그리고 지갑 열기


시인 안도현에게 ‘지금 한국의 희망은 무엇일까’라고 묻자 망설임 없이 “우리 젊은이들”이라 말한다.
“기성세대들이 젊은 사람들을 볼 때, 시대의식이 없고, 사유가 경박하고, 유행에 편승하고. 이런 부분들을 못마땅하게 여기지만, 저는 젊은 사람들의 생각을 믿는 편입니다. 겉으로는 가벼워 보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 노력과 열정이 모여 세상을 바꾸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젊은이를 그저 젊은이로 치부하지 않고, 그들이 가진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사람, 시인 안도현은 화인에게 이렇게 전했다.

“가끔 서울에 가면 전주(그는 현재 전주 우석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에서 느끼지 못한 것들을 느끼게 됩니다. 그 중에서 제가 놀라는 것은 지하철이나 식당에서 전화로 하는 대화 중에 오가는 돈의 액수가 어마어마하다는 것입니다. ‘내가 13억을 투자했는데…’, ‘주식으로 1억을 날렸어’와 같은. 그런 얘기를 들으면 ‘서울은 다른 동네구나’ 싶습니다. 그런데 이내 드는 생각이 그렇습니다. 그만큼 투자한다는 것은 더 많은 것을 얻고 싶다는 뜻일 텐데… 누구나 노력해서 더 많은 것을 얻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만큼 얻었으면 그만큼 자기 지갑도 열 줄 알았으면 합니다. 나누고 베푸는 인생, 그 즐거움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글_ 한윤정 i Publics  
사진_  이승준 1839 스튜디오

* 위 컨텐츠는 사보<한화,한화인> 7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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