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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또다른 얼굴 '소수민족'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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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한반도가 한참 열대야에 시달릴 때 베트남의 더위를 마치 헤어드라이기를 물고 있는 것 같다며 우리의 더위를 산들바람처럼 여겨지게 했던 (주)한화 화약부문 GLOBAL TFT의 이용헌 대리의 지역전문가 이야기 2탄! 베트남의 진정한 문화를 느끼고 이를 통해 한화의 씨앗을 발아시킬 기반을 찾기 위해 이번에는 베트남의 소수민족을 찾아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들을 찾아가며 그리고 만나서 무엇을 느꼈는지 함께 나눠볼까요?


     이용헌 대리의 베트남 이야기 1탄. 우리나라 폭염은 가소롭다? 베트남 여름나기! 



‘입가수속(入家隨俗)’, 상호 배려와 존중을 느끼다.


베트남 입성하는 이들에게 가장 유의미한 조언 중 하나가 ‘입가수속'(入家隨俗, Nhap gia tuy tuc)’의 이치에 맞게 행동하라는 것입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에 따르라(When in Rome, Do as the Romans do)’는 서양 격언과 마찬가지로 ‘입가수속'은 고유한 풍속과 문화에 대한 자긍심이 강한 그들에게 우리에게 익숙한 관념과 행동을 강제하는 것이 결례라는 의미로 볼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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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부터 저는 관계 맺음의 초석인 ‘상호 배려와 존중’은 결코 탁상 위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해왔는데요. 그래서일까요? ‘입가수속’이 그들 곁에 바투 다가가 함께 땀 흘리고 호흡하라는 정언명령으로 느껴졌습니다. 


하노이 도심의 매연과 습도가 정점에 올랐던 여름날 가장 멀고 깊은 베트남, 소수민족이 고유한 문화를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SAPA를 찾아 떠났습니다. 베트남 소수민족의 생활터전은 정부의 힘이 온전히 미치지 않는 곳이기에 괄목상대의 발전상이나 마천루와 같은 도시화의 세례를 확인하기는 어렵죠. 하지만 그곳에도 분명 반드시 마주해야 할 베트남의 맨얼굴이 있을 거라는 기대감에 발걸음은 가벼웠습니다. 



1650m의 고산지대, 'SAPA'의 역사와 지역적 특성


하노이로부터 북서쪽으로 350km 떨어진 라오까이(LAO CAI)성에 속한 SAPA는 해발 1,650m의 고산지대에 위치해 있으며 북쪽으로는 중국을 접하고 있는 국경 도시입니다. 히말라야 동쪽 끝에 자리한 황리엔(Hoang Lien) 산맥의 계곡을 따라 소수민족들의 마을이 곳곳에 형성되어 있죠. SAPA는 ‘베트남의 지붕'이라 불리는 베트남 최고봉(3,143m) 판시판산(FANSIPAN Mountain)을 품고 있는데, 판시판산은 베트남에서 눈과 얼음을 볼 수 있는 유일한 장소로 유명합니다. 


SAPA는 우기(4월~9월)와 건기(10월~3월), 두 가지 기후를 갖고 있습니다. 우기는 비교적 온화한 날씨가 계속되지만 연평균 강수량은 한국의 2배에 해당하는 2,763mm이나 되죠. 이에 반해 건기는 안개가 심하고 쌀쌀합니다. SAPA의 연평균 기온은 15.4° C이며, 최고 기온은 29.4° C, 최저 기온은 1° C 정도입니다. 대부분의 지역을 황리엔 산맥 서쪽 사면에서 발달한 두터운 구름 층이 감싸고 있어 평균 습도가 매우 높은 편(86%)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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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PA는 일 년에 절반가량을 짙은 안개 속에 숨어있지만 이곳의 비경은 과거 프랑스 식민정부 시절 프랑스 관료들을 크게 매료시켰다고 합니다. 그들은 SAPA를 자신들의 휴양지로 개발하면서 ’통킹의 알프스‘라는 이름을 붙여주기도 했는데요. SAPA가 지도에 처음 등재된 것도 1880년대 프랑스군이 진주한 이후였죠. 


하지만 ‘발견된 도시’ SAPA는 이후 한 세기에 가까운 시간 동안 지난한 역사의 부침을 겪어야 했습니다다. 호치민이 주도했던 대불 독립전쟁 기간 동안에는 프랑스풍 건물 등 모든 식민지 시대의 유산이 소실되기도 했으며, 1964년 ‘통킹만 사건’으로 인해 발발한 베트남 전쟁, 1979년 중국과의 국경 전쟁 등 전화(戰火)는 SAPA를 쉽게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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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개 속의 SAPA(위)와 맑은 날의 SAPA(아래)


하지만 지난 1993년 국제관광지로 완전 개방된 후 SAPA는 지역의 모든 역량을 결집해 관광인프라 구축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아픔을 딛고 우뚝 선 지금의 SAPA는 지역적 특색을 살린 경제발전 모델의 구현 사례로 호평을 받고 있으며, 이에 힘입어 2006년에는 베트남 공산당 중앙위원 선거에서 역대 최연소 당선자를 배출하기도 했습니다. ‘도이 머이’ 개혁 이후 경제 분야에서의 구체적인 성과가 지역의 정치적 기반 강화에 선결조건이 된 베트남에서 SAPA는 하부구조인 경제가 상부구조인 정치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형형한 실례인 것이죠



SAPA 소수민족과 촌락문화


13억 인구의 중국에는 56개의 소수민족이 있다고 합니다. 중국보다 33배나 작은 베트남에는 얼마나 많은 소수민족이 살고 있을까요? 정답은 53개입니다. 중국에 뒤지지 않는 수치죠. 상호간의 교류가 어려운 북부 산악지대를 중심으로 그들은 고유한 문화를 고스란히 간직하며 살고 있죠. SAPA 지역에도 많은 소수민족이 존재하는데, 3,600명의 총인구 중 소수민족의 비율이 85%에 달합니다. SAPA 전역에서 가장 자주 만날 수 있는 흐몽(H‘mong)족은 총인구의 52%를 차지하며 그 뒤를 자오(Dao)족 25%, 따이(Tay)족 5%, 자이(Giay)족 2%, 극소수의 사포(Xa Pho)족이 잇고 있습니다.


'왕의 칙령도 마을 울타리 앞에서 멈춘다.', 이는 베트남 소수민족의 의식을 가장 잘 설명하고 있는 표현인데요. 국가를 존중하지만 국가보다도 그들에게 더 중요한 것은 가족과 촌락입니다. 베트남의 촌락은 대나무 울타리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죽의 장막’안에 자리 잡은 촌락은 ‘대나무 울타리 심리 bamboo hedge mentality'라 불리는 촌락중심주의를 통해 수천 년 동안 고유한 문화를 보존해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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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PA의 깟깟마을을 둘러싼 대숲 신성한 ‘죽의 장막’에 사랑의 서약을 남긴 관광객들


베트남에서 촌락은 베트남이 외침과 같은 역사적 시련을 극복할 때도 그 핵심 견인차였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의 기초단위인 베트남 촌락이 총화단결했을 때 얼마나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비근한 예는 디엔비엔푸 전쟁입니다. 1954년 프랑스는 적정오판으로 인해 디엔비엔푸 전쟁에 패배했죠. 그들이 예측하지 못했던 것은 인근 촌락이 수행하게 될 역할과 그들의 응집력이었습니다. 베트남 촌락구성원들은 자전거와 우마차로 해발 1,000m가 넘는 산악지대에 야포를 끌어올렸고, 이를 통해 프랑스군의 진지와 활주로를 포격할 수 있었던 베트남은 전쟁에서 승리한 것이죠. 


베트남 촌락의 구성원들이 후방보급작전에 적극 나설 수 있었던 것은 그들 촌락의 원로지도부가 전쟁수행과 참여를 결심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지금도 촌락의 원로지도부는 공동체 협약의 준수, 집단행동의 결의를 포함한 모든 대소사를 관장하고 있죠. ‘조정에서는 직위를 소중히 하고 마을에서는 치아를 소중히 한다.’는 베트남 속담에서 알 수 있듯이 베트남 촌락에서는 잇몸만 남은 노인이 존경 받는 장유유서 문화를 소중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베트남 소수민족의 마을을 찾아서


SAPA의 소수민족들은 고산지대의 자연환경에 조응하여 독특한 농경문화를 꽃피워왔습니다. 주식인 쌀을 재배하기 위해 산등성이에 계단식 논을 조성하였고, 트랙터 등 현대화된 장비의 접근이 어려운 탓에 물소를 키워 쟁기질에 활용했습니다. 소수민족의 마을을 찾아가는 길에서는 끝없이 이어진 계단식 논과 농가 근처에서 풀을 뜯는 물소를 발견하는 것이 어렵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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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SAPA가 베트남을 대표하는 소수민족 문화의 보고로 각광받기 시작한 후 소수민족의 생활방식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계단식 논을 통한 농경을 주업으로 하되 관광객들을 상대로 한 비즈니스에도 적극 나선 것이죠. SAPA시내 곳곳과 SAPA에서 소수민족 마을을 향하는 trekking 도상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소수민족 여인들이 직접 염색하여 만든 지갑, 팔찌, 목도리, 가방 등 다양한 수공예 직물상품을 들고 관광객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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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 거점 위주의 불균형 성장전략을 채택한 베트남 정부는 아직 소수민족의 생활터전까지 돌볼 여력이 되지 않습니다.하지만 소수민족은 국가의 배려를 간구하기보다 그네들의 방식으로 풍진 세상을 살아내고 있습니다. 숨 막힐 정도로 적극적이고 노회한 소수민족 여인들의 흥정 태도는 SAPA에서만 접할 수 있는 독특하고 흥미로운 광경인 동시에 상품 판매를 통한 그들의 생계유지가 얼마나 절박한 것인지를 역설합니다. 



길 위의 연인들과 ‘연민’의 감정에 대한 소고


SAPA의 곳곳에서 어린아이부터 치아가 없는 노인까지 많은 소수민족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그들은 모두 여자였습니다. 지역탐방에서 돌아온 후 하노이 국립대에서 관광학을 전공하고 여행가이드로 근무했던 베트남 지인에게 왜 소수민족 남성들과 조우할 수 없었는지 물었는데요. 그는 SAPA지역의 소수민족 남성들은 농사에 대한 책임만 지고 있으며, 여성들은 농사, 자녀 양육은 물론 수공예품 판매와 같은 경제행위까지 감당한다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물었습니다. 여성들이 부업을 위해 길 위에 설 때 남성들은 무엇을 하느냐고 말이죠. 그리고 그가 답했습니다. 


    “대개의 소수민족 남성들은 아내들이 집을 비우면 친구들과 술을 잔뜩 마시고 취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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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광객들에게 길을 밝혀주는 여인들과 팔찌 구매를 권하는 아이


소수민족 여인들은 관광객들과 친구가 되면 물건을 팔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실낱같은 희망으로 비가 내리면 비를 맞고, 눈이 내리면 눈을 맞으며, 길 위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물건을 팔지 못하면 집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그래서 더욱 애가 타는 그들이죠. 무참한 삶에 맞서는 그녀들의 억척스러운 전진,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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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H'mong(흐멍)족 소녀


걸음을 내디딜 줄 알면 길 위에 서게 된다는 SAPA의 여인들은 밝은 사람들이었습니다. 남편의 큰 조력 없이 억척스레 생계를 꾸려가는 사람들 치고는 미소에 구김살이 없었죠. 그녀들의 삶을 ‘억척스럽다’라는 표현에 가두면서 나는 그녀들을 계속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아내들을 길 위에 세우는 ‘가부장의 책임방기’, 이 역시 한국사회에서 만들어진 내 가치관이 던지는 힐난이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연민과 힐난이 뒤섞인 시선으로 그들의 삶과 행복의 조건을 재단하는 것이 타당한지, 이것이 내 안의 ‘오리엔탈리즘’은 아닌지 고민스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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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H'mong(흐멍)족 여인들


trekking용 간식으로 싸갔던 초코바를 소수민족 아이들에게 나눠주려 할 때 trekking 가이드는 적극적으로 저를 막아 섰습니다. 그는 관광객들이 소수민족 아이들에게 주는 간식이 해악이라고 말했는데요. 한두 번 간식을 받아 본 아이들은 간식을 받으려 학교에 나가지 않는다고 합니다. 맹자는 <공손추편>에서 측은지심(惻隱之心)이 인간과 인간 사이를 잇는 마음이며, 인(仁)이라 불리는 덕(德)의 단서라 말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을 향한 연민은 아무것도 바꿀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길 위의 여인으로 자라날테죠. 


프랑스의 정치경제학자 자크 아탈리는 그의 저서 <미래의 물결>에서 베트남이 인프라 건설과 부패 척결 등의 구조적 개혁에 성공한다면 2025년에는 아시아 3위의 경제국가로 부상할 것이라 예측한 바 있습니다. 아시아 3위의 경제국가가 아이들이 간식을 받으러 학교에 나가는 일이 발생하지 않는 국가라면, 낙후지역과 소수민족에게도 성장의 기회가 균형 있게 보장되는 나라라면, 저는 진정으로 베트남의 개혁과 비상을 응원하고 싶습니다. 그 개혁과 비상의 길에 우리가 멋진 동반자로 자리매김 할 수 있기를 바라며, 나는 SAPA에서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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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헌 대리 | (주)한화 화약부문 Global TFT

시크가 대세인 세상이지만 꾸준히 구수하게만 살아왔고, 삶이 남루할수록 더 찬란한

꿈을 꾸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지금은 '한화/화약의 글로벌시장 진출 확대'라는 막중한

임무를 품고 베트남 지역전문가로 활동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