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직장인들이 은퇴 후의 안락한 삶을 꿈꾸며, 하루 하루 버팁니다. 하지만, 퇴직 후엔 열정도 젊은 시절만 못하고 그 시절 꿈조차 기억하지 못하고 그저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여기에 50세의 나이, 억대 연봉의 자리를 정리하고 두 바퀴 자전거에 몸을 실은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2006년 독일월드컵 선전을 위해 터키 이스탄불에서 프랑크푸르트까지 2006Km 종주'
'북미 대륙에서 하와이까지 7천Km 종주. 일본 규슈에서 훗카이도까지 5천Km 종주'
11년간 자전거 하나로 10만여Km를 달리며 우리나라 1세대 자전거 라이더로 이름을 알리더니, 이제는 <재팬로드>의 저자로 작가로의 변신과 성공을 거듭한 이 모든 역전의 파노라마의 주인공, 두 바퀴 여행가 차백성님을 만나보았습니다.
"상무님이 자전거로 세계 여행 한다고 사표 내셨대"
대기업 건설회사 공채 1기로 출발해 연봉 1억의 상무 자리에 올랐을 때, 차백성 씨는 가족들에게 회사를 나와 자전거로 세계를 여행하고 싶다는 오랜 꿈을 밝혔습니다. 그때 둘째 아들은 중학교 3학년이었고 아내는 전업주부였죠. 반대에 부딪힐 것 같았던 걱정과는 달리 가족들은 격려와 함께 순순히 허락해주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겐 이해할 수 없는 갑작스런 돌변으로 보였지만 그는 오래 전부터 제2의 인생목표를 위해서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아버님이 초등학교 6학년 때 돌아가셨습니다. 어린 나이에 육친의 갑작스런 죽음을 통해 멋지게 살다가 후회없이 죽고 싶었습니다. 말하자면 지금의 well being과 well dying의 의미를 일찍 접하게 된거죠”.
그는 깊은 성찰 속에서 누구에게나 주어진 시간과 공간의 틀 즉, 죽음이라는 한계는 피할 수 없지만 공간은 여행을 통해 무한히 확장시킬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같은 여든을 살다 죽어도 태어난 곳에서만 살다 죽는 것과 전세계를 밟아보고 죽는 것은 아주 큰 차이가 있을 거라 확신했죠. 때마침 손에 쥔 우리나라 배낭여행의 선구자인 김찬삼의 세계여행기는 그의 인생 목표를 다잡게 만들었습니다.
“어릴 때 꿈은 신문사 특파원이 돼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소식을 실감나게 전하는 거였죠. 그리고 김찬삼 선생이 두 발로 세계를 다녀왔으니 나는 똑같이 해서는 빛을 볼 수 없겠다 싶어 자전거를 생각했습니다. 그때 마침 저에게 자전거가 생기는 행운이 찾아왔어요. 실험 삼아 돈암동 집에서 인천까지 달려봤는데 제법 할만했습니다. ‘간’이 더 커져 고등학교 여름방학 때는 대구까지 가기도 했지요. 그런 역마살 DNA는 30년 넘게 깊은 잠 속에 빠져듭니다”.
떠나고 싶을 때, (철저히 준비하고) 떠나라~!
차백성씨는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떠나고 싶을 때 떠나라”, “비우고 떠나야 더 많이 채워올 수 있다”는 막연한 로망을 동경하지만 그는 그런 발상이 매우 위험하다고 당부합니다. 철저한 준비야말로 여행의 필수이며 꼼꼼히 챙겨나갈수록 더 많은 것을 담아올 수 있었다고 충고하는데요.
김찬삼 선생이 아프리카 가봉의 슈바이처 박사를 찾아가 인생의 모토를 세웠듯이 목표가 있어야 인생은 의미를 가질 수 있고, 자신만의 컨셉을 정하고 움직여야 비로소 삶은 풍요로운 길을 내어준다고도 이야기 하는 차백성시. “남의 인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야 말로 멋진 삶이 아닌가요?” 그의 반문에서 많은 것은 느끼게 됩니다.
"멀지만 가까운 나라 미국을 직접 체험하기위해 대륙 횡단을 계획했을 때는 도전과 극기를 컨셉으로 잡았습니다. 가도가도 사위가 지평선 뿐인 길을 달리면서 그 거대한 자연 앞에서 겸손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어찌나 땅이 넓은 지 해변을 한달 내내 달렸습니다. 나중엔 얼굴 오른쪽이 더 많이 타 있었어요.
가깝지만 먼나라 일본 여행에서는 정유재란 때 잡혀온 조선 도공의 14대손 심수관 도예가를 직접 만나보자는 목표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1년에 절반 이상 집을 비운다는 그분을 실제로 미야마 집에서 만났을 때는 가슴이 벅차 올랐습니다. 銀輪結世界(자전거로 세계를 누벼라)라는 글귀도 받았습니다. 간절히 원하면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말을 체험한 순간이었죠.”
"인생은 자전거와 같아서 꿈이 멈추면 쓰러진다"
"하나를 얻기 위해 다른 하나를 버려야 함은 인생사의 철칙입니다. 인생은 운명이 아니라 선택의 연속입니다. 회사를 그만둘 무렵 가족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는 내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나와 제일 가까운 이들과 상의하고 설득이 우선이라고 말합니다. 소중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무시하면서까지 무리하게 밀어부친 꿈은 의미없는 일이 될 수도 있다고 충고도 하죠. 그 역시 가족이 원치 않았다면 자전거여행의 꿈을 이루는 시점을 조금 늦췄을지도 모릅니다. 무작정 행동에 옮기기보다는 가까운 이들을 이해시키고 출발해도 늦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죠.
향후 그의 인생 2막 3장의 꿈은 회사원시절 10년간 근무하며 제2의 고향이 되어버린 아프리카를 향하고 있습니다. 가난하고 굶주린 아프리카라고 여기는 그 땅에는 우리가 간과한 원초적 아름다움과 먼 옛날 인류 기원의 비밀이 담겨져 있기에 발로 직접 찾아보며 그 사실을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것이 그의 소망입니다.
그가 건설회사 신입시절에 직속 상관이셨던 부장님의 한마디가 지금도 귓전을 맴돈다고 말합니다. 당시 일본 종합상사의 예를 들며 “미쓰비시나 미쯔이의 과장 정도 되면 자기 업무에 관한 책을 한 권 쓸 수 있어…”라는 말이었는데요. 그 정도로 맡은 업무에 달통하라는 의미였죠.
차백성씨는 꿈에 대한 이야기로 인터뷰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새로운 것을 꿈꾸는 이들에게 우선, 현재 자신의 일에서 대한민국 최고면 된다는 생각으로 몰두하다 보면 거기서 가능성도 열리고 새로운 관계도 따라온다고 힘줘 말하고 싶습니다. 지금 여러분이 서있는 자리를 튼튼하게 만드시고 천천히 자신을 살펴보면 분명 자신만의 꿈이 있을 겁니다. 쉬지도 말고 서두르지도 마십시요. 그렇게 꿈을 발견한 뒤엔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입니다. 아무리 작은 분야라도 남이 넘볼 수 없는 일가(一家)를 이룬다면 성공한 인생입니다."
√ 자전거 여행을 하려면 자전거는 어떤 것이 좋을까요?
-좋은 자전거는 도난의 우려가 높아 여행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 사실 자전거여행을 오래 하다 보면, 품질이나 브랜드에 크게 집착하지 않아요. 150만원 내외의 자전거라면 여행을 하는데 별 무리가 없습니다.
√ 자전거로 달리기 좋은 국내 최적의 코스를 추천해주신다면?
-우리나라 7번 국도를 즐겨 찾는 편인데요. 바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3박4일 코스로 제주도 일주를 적극 추천해주고 싶고, 산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오대산에서 평창 부근까지, 계방산언저리 이승복기념관을 지나 운두령 코스를 권한다. 변산반도를 돌아 선운사, 순창을 지나 지리산을 향해 달리는 코스 역시 아름답습니다.
√ 기억에 남는 해외 최적의 코스를 추천해주신다면?
지금도 추억의 보고에 남아있는 최고의 라이딩 코스로 꼽고 싶은 미태평양 오리건 해변길, 하와이 마우이 섬의 일주 도로, 남프랑스 지중해 리비에라 해변길, 독일 휘센에서 뷔츠부르크에 이르는 ‘낭만의 길’, 뉴질랜드 남섬의 테즈먼해를 따라 푸나카키 가는 길, 일본 오키나와 58번 국도를 달릴 때는 구르는 바퀴가 야속할 정도로 아름다웠습니다. 또 그 길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은 돌이켜봐도 남다른 페이지로 채워져 있죠.
<재팬 로드>의 저자 차백성 씨는…
건설회사에서 25년간 근무하며 10년을 수단, 나이지리아, 리비아 등 북아프리카에서 보냈습니다. 자전거로 세계를 여행하는 자신의 오랜 꿈을 위해 회사를 퇴직하고 미국, 일본, 중국, 인도네시아, 태국, 뉴질랜드, 유럽 등을 여행했죠.
자전거 전문지 <자전거 생활>에 5년간 여행기를 연재했으며, 국내외 각종 언론 매체에 여행담을 발표했습니다. 또 2008년엔 북미 대륙과 하와이 여행기를 담은 『아메리카 로드』로 수많은 라이더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습니다.
이제는 카이로의 피라미드에서 케이프타운의 희망봉까지 1만3천Km 아프리카 종단을 꿈꾸며 오늘도 두 바퀴 애마를 벗 삼아 페달을 밟고 있으며, 현재 문화체육관광부의 자전거 홍보대사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컨텐츠는 한화건설 뉴스레터의 내용을 재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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