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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라이프/여행/맛집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흔들어라! '브라질 삼바 카니발'









  누군가가 1년 중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가장 안전한 기간이 바로 카니발 기간이라고 했다. 강도나 소매치기들도 카니발을 즐기느라 본업에 충실할 수 없다나 뭐래나.. 믿거나 말거나 인데 정부차원에서 브라질의 갱단들과 이 기간 동안 큰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암묵적인 협의를 한다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역시 인파가 몰리는 곳에서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보사노바를 흥얼거리다가 일행과 멀어져 으쓱한 곳에 남겨지면 강도들의 먹기 좋은 밥이 된다. 삼바스쿨들의 경연이 있는 삼바드롬(삼바스쿨들의 경연이 진행되는 경기장)까지 삼삼오오 짝을 지어 이동한다. 도시 전체가 들떠 있는 정신 없는 분위기인지라 자잘한 사건 사고가 많다.

매일 밤 여행자들에게 지갑이나 핸드폰을 털리거나 강도를 당할 뻔 한 이야기를 들었던 지라 조심 또 조심하며 삼바드롬까지 간다. 카메라는 비닐 봉지로 싸고 머플러로 감싸서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는 여지를 없애고, 지갑에는 만약에 강도를 만났을 경우에 강도에게 선물로 줄 용돈 정도만 넣어둔다.
비상금은 신발 밑창에 고이 숨겨두고 그 밖의 귀중품은 숙소에 모셔둔다. 삼바드롬 주변은 사람이 많이 몰려 있어서 긴장하고 주변에 신경 써가며 경기장 안으로 들어 갔다. 다행히 내부에는 각 섹터마다 6,7명의 경찰들이 무장을 하고 순찰을 하고 있어서 매우 안전하다.




 

시작을 알리는 나팔 소리를 기다리는 일에 조금씩 지쳐 갈 무렵 드디어 첫 팀이 나오기 시작한다. 환호성과 박수 소리가 천둥처럼 경기장 안을 가득 메웠다. 화려한 의상의 삼바 댄서들이 악단과 함께 경기장 안을 행진하고 테마에 따라 2,3층 높이의 행사 차가 지나간다. 아찔한 굴곡의 바디라인을 자랑하는 삼바 퀸이 나오면 그 앞을 가로막는 취재진이 바빠진다.









삼바 퀸의 몸짓 손짓 하나에 사방에서 후레쉬와 환호성이 터진다.
반라의 쭉쭉빵빵 삼바댄서들이 수박(^^) 두 개에 딸랑 별 두 개만을 붙이고
온 몸을 터는 삼바춤을 보여주니 한 쪽에서 꾸벅꾸벅 졸던 구경꾼 아저씨도 눈을 번쩍 뜨고 망원경에 손을 댄다. 인간의 몸을 저렇게도 흔들 수 있구나. 사정없이 흔들리는 몸체와 확인조차 어려운 신들린 발 놀림이 경이롭다. 온 몸을 털고 털고 또 터는 그 열정의 몸부림을 보는 것만으로 숨이 차오르고 심장이 뛴다.



몇 십 명도 아니고 한 팀 당 4,5천 명의 멤버들이 있다. 6,7팀이 1시간 이상의 시간을 가지고 1년여 기간 준비한 삼바 실력을 보여 준다. 2만여 명이 훌쩍 넘는 그 어마어마한 규모에서 넋이 나갈 정도다. 첫 번째 팀의 행렬이 끝나기도 전에 삼바드롬 전체가 거대한 나이트 클럽(?) 분위기로 변했다. 신나게 쩌렁쩌렁 울려 퍼지는 삼바리듬에 구경하는 사람들도 몸을 맡기고 댄서가 된다. 삼바드롬 내의 열기는 50대의 아줌마도 70대의 할머니도 20대 아가씨로 청춘을 되돌려 놨다. 미니스커트에 하이힐을 신고 밤을 꼴딱 새우며 삼바리듬에 몸을 흔드는 브라질 할머니의 열정을 보자. 나이는 숫자에 불과 하다는 말은 이런 데서 써먹어야 한다. 몸이 늙어 나이가 드는 것이 아니라 내 사고가 늙어서 내 가슴이 열정으로 뛰지 않아서 나이가 든다.





 
 한차례 쏟아진 소나기에도 삼바스쿨의 행렬은 계속 되었고 사람들의 열기도 식을 줄 몰랐다.
오히려 그 열기에 빗줄기가 금방 말라버린 듯 사라져 버렸다. 서서히 동이 트고 날이 환히 밝아져도 전해 우승 팀인 마지막 삼바스쿨의 행렬이 끝나기 전까지 열기는 지속된다.

카니발을 즐기기 위해 브라질 사람들은 1년을 기다리며 산다고 한다. 자비를 털어서 4,60만원 하는 의상비를 마련하고 이 날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1년을 준비한다. 대부분의 삼바스쿨들이 파벨라(favela)라고 하는 빈촌에 몰려 있다. 그래서 삼바댄서들도 브라질의 중산층이나 부유층인 백인보다도 흑인이나 혼혈인들이 많다. 이 날만은 아무리 가난한 사람일지라도 동화 속의 공주가 되고 왕자가 된다. 누가 뭐래도 무대에서 정열적으로 삼바 춤을 보여주며 관중의 시선을 받는 댄서는 공주나 왕자가 될 수 밖에 없다. 빈부의 격차로 인한 상대적 빈곤감도 위화감도 삼바의 열기로 녹아버린다. 구경하는 사람도 춤을 추는 사람도 신들린 듯한 열기로 하나가 된다.

열정이나 희망이 빠져 버린 삶은 바퀴 빠진 선로 위의 기차다.
그들처럼 매해마다 인생의 카니발을 만들어 나 자신에게 희망을 만들어 주고, 그 희망을 가지고 열정이란 연료를 만들어 호호백발 할매가 되어서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흔들고 흔들 수 있는 가슴 뛰는 삶을 만들어야겠다.

삶의 무게에 눌려 지치고 피곤하다면 볼륨을 높여 삼바리듬을 들어보자. 머리부터 발끝까지 흔들어 보자. 고민이나 걱정은 흔들고 털어버리자. 카니발 기간 동안 최고의 열정을 쏟아내는 사람들의 분위기에 물들어 보자. 아프리카 노예로부터 내려온 희망이란 끈을 놓지 않는 경쾌한 삼바리듬이 당신에게 진한 삶의 에너지를 전해줄 것이다.






Beija Flor



Vila Lsab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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