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혹독한 추위입니다. 수십 년 만에 불어 닥친 한파로 출퇴근길에 세 겹, 네 겹의 옷을 입고 목도리, 장갑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바쁜 걸음을 재촉하는 건 이제 특별할 것 없는 풍경이 됐습니다. 이렇게 꽁꽁 얼어붙은 도심을 더욱 긴장케 하는 게 있다면 그건 바로 폭설입니다. 사람도 차도 엉금엉금, 도시를 한 순간에 얼어붙게 하죠. 출근길에 내리는 하얀 폭설은 직장인들에게 악몽이기도 합니다. 꿈쩍도 하지 않는 도로의 차, 미어터지는 지하철...ㅠㅜ
하지만! 하얀 눈이 내리는 판타지적인 모습은 겨울에만 볼 수 있는 특권이기도 합니다. 지구촌 곳곳에도 이처럼 하얀 설원과 함께 더욱 빛을 발하는 아름다운 도시들이 있습니다. 영화 속의 눈부시던 설원부터, 일년내내 흰 눈을 만져 볼 수 있는 높은 봉우리, 회색 빌딩 숲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 준 하얀 풍경까지. 설경이 아름다운 도시로의 여행, 지금 출발합니다.
홋카이도의 영화같은 겨울
▲영화 '러브레터' 포스터
“오겡끼데스까 (おげんきですか)” 하얗게 펼쳐진 설원을 향해 어여쁜 여 주인공이 외치던 한 마디. 일본 로맨스 영화의 최고 흥행작 중 하나인 ‘러브레터’의 명장면입니다. 이곳에서 그리는 일본 겨울의 모습은 그야말로 순백색의 천국입니다. 실제 영화가 촬영된 ‘홋카이도’ 지역은 이 하얀 눈이 펼치는 눈부신 설경으로 겨울이면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여행지이지요.
일본의 북단 홋카이도는 일년 중 약 반 년 동안 폭설과 추위가 지속되는 지역으로, 겨울철이면 곳곳에서 눈과 얼음의 축제가 펼쳐집니다. 홋카이도에서 가장 잘 알려진 도시 삿포로와 오타루. 삿포로라는 도시명은 홋카이도 토착인 아이누족의 말에서 유래한다고 합니다. 겨울에는 평지에 1~2m, 산악지대에 3m 이상의 적설로 스키를 즐기는 사람이 많습니다. 오타루는 평화롭게 흐르는 오타루 운하와 함께 하얀 설원의 풍경이 무척이나 아름다운 곳이죠.
홋카이도의 폭설은 그저 자연현상이 아닌 관광자원이 되기도 했습니다. 삿포로 눈축제는 춥고 긴 겨울을 즐겁게 보내자는 의도로 1950년 제1회 행사를 개최한 이후, 매년 2월 초에 열리는 일본 최대의 축제죠. 얼음의 조각 전시회에는 세계적으로 이름난 건축물을 비롯해 동화 속 주인공들의 모형이 길이 1.5㎞, 최대너비 105m의 공원 곳곳에 전시됩니다. 음악회·패션쇼·스키쇼·레이저쇼·노래자랑을 비롯해 국제 설상 경연대회, 눈의 여왕 선발대회 등 각종 행사가 펼쳐져 방문객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이 기간에 동원되는 눈의 양만도 5톤 트럭 7,000대 분량이며, 이 축제를 보기 위해 세계 각지에서 관광객들이 듭니다. 브라질의 리우 축제(카니발), 독일 뮌헨의 옥토버 축제와 함께 세계 3대 축제 가운데 하나로 꼽히기도 합니다.
도심을 수놓은 반짝이는 조명과 함께 로맨틱 홋카이도 여행의 낭만은 깊어 갑니다.
삭막한 빌딩 숲을 덮은 새하얀 눈
시카고는 미국인들이 꼽은 ‘가장 미국적인 도시’ 중 하나입니다. 다운타운에는 엄청난 높이를 서로 다투기라도 하듯 초고층 빌딩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고 도심을 둘러싼 미시간 호와 어우러져 도심과 자연의 분위기를 함께 느낄 수 있는 곳이죠. 대 화재 때 대부분의 건물들이 불 타 없어지고 새롭게 지어진 도시여서 ‘건축의 도시’로 그 명성을 알리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도시의 진짜 매력은 바로 지금 이 맘 때, 폭설과 함께 찾아옵니다.
기본 30cm에서 수 미터가 넘는 폭설이 겨울 내내 쏟아져 내립니다. 때론 폭설에 지상을 달리는 지하철이 운행을 중단하기도 하고 제설차량들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도심을 누비고 있지요. 하지만 회색 빌딩만 가득했던 거대한 도시에 새하얀 눈이 내리면 더욱 신비롭고 따사로운 풍경이 연출되기도 합니다. 시카고에서 가장 유명한 ‘밀레니엄 파크’. 이 도시의 랜드마크라 해도 과언이 아닌 ‘Cloud gate'는 마치 손 뜨게 모자를 덮어 쓴 듯 하얀 눈에 머리를 감추었습니다.
눈밭 위에 누웠을 때 몸이 완전히 푹 빠져버릴 정도의 깊이여서 폭설이 내릴 때면 밀레니엄 파크 곳곳엔 이렇게 몸으로 도장을 찍어둔 흔적도 많이 보입니다. 흡사 영화 ‘러브스토리’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죠. 지평선이 끝까지 보이는 대 자연에서의 설원도 멋지지만 이렇듯 회색 빌딩 안에 숨은 하얀색의 평원도 색다른 아름다움을 자아냅니다.
일년 내내 볼 수 있는 만년설의 장관
앞서 만난 홋카이도와 시카고는 겨울에만 이토록 아름다운 눈의 장관을 볼 수 있는데 비해 마지막으로 찾아온 곳은 ‘일년 내내’ 하얀 눈을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 유럽에서 가장 깨끗한 자연을 만날 수 있는 나라 ‘스위스’가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입니다.
인터라켄에서 출발한 기차를 타고 산으로, 산으로 올라가다 보면 금방이라도 하이디가 뛰어나와 노래를 부를 것 같은 목가적인 풍경이 펼쳐 집니다. 지대가 낮은 지역들은 한 여름의 풍경을 하고 있어 설원을 상상하기가 어려운 모습이죠.
하지만 조금씩 더 고지대로 올라 갈수록 1년 내내 녹지 않는 만년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기차가 도착한 곳은 유럽의 지붕이라 불리는 ‘융프라우요흐’. 해발 4,158m에 이르는 고지대 입니다. 아이거, 묀히와 더불어 융프라우 지역의 3대 봉우리 중 이름에 담긴 뜻은 ‘젊은 처녀’ 입니다. 기차가 출발한 인터라켄의 날씨가 화창하더라도 융프라우는 구름에 만년설로 덮여 있어 춥고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 많습니다. 낮은 기온 때문에 일년내내 녹지 않은 하얀 설원이 펼쳐져 있지요.
언제든 찾아가도 하얀 눈을 볼 수 있는 봉우리는 융프라우 뿐이 아닙니다. 스위스의 산들은 해발 3000m 이상의 봉우리가 많아서 이처럼 일년 내내 설원을 볼 수 있는 곳이 많이 있죠. 티틀리스도 그런 곳 중 하나입니다. 만년설이 뒤 덮은 풍경만을 볼 수 있는 융프라우와는 다르게 티틀리스는 설원 위에서 썰매를 탈 수도 있습니다. 두개의 산 봉우리를 리프트로 이동하는 모습은 꼭 한 겨울의 스키장을 보는 것 같아 더욱 이색적입니다. 그야말로 계절의 변화와 상관없이 ‘겨울 스포츠’를 언제든 즐길 수 있어 특히 ‘여름 나라’의 여행객들에겐 더 없이 좋은 관광지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지구촌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는 설원의 풍경, 재미있게 감상하셨나요? 겨울철 폭설은 옷과 신발을 흙탕물로 얼룩지게 하기도 하고, 미끄러운 빙판길에 차도 사람도 긴장시키지만 이렇게 설원의 아름다운 풍경은 여행자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엔 충분해 보입니다. 이번 주말, 하얀 눈 쌓인 고즈넉한 근교 도시로 설레는 ‘설원 여행’을 계획해 보는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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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미스장군) | 한화프렌즈 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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