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방송가는 먹는 방송, 일명 '먹방'으로 뜨겁습니다. ‘아빠 어디가’에서는 먹방계의 대부 ‘윤후’가 아빠와 함께 시장 구경을 하다 고소한 통닭을 오물오물 먹는 모습부터, 전국의 맛집들을 투어하며, 가녀린 여성 MC 두 명이 어마무시하게 음식을 흡입하는 ‘테이스티로드’. TV 속 화면만 보고 있어도 입안에 군침이 가득 고이고, 당장이라도 맛집을 찾아 서고 싶어집니다.
최근 들어 여행자들의 해외여행 컨셉도 이 먹방의 대세를 따라가는 듯합니다. 유명한 여행지, 관광객들이 꼭 봐야 하는 곳들만 찾아다니던 사람들이, 이제는 현지의 맛집을 찾아가는 것을 필수 여행코스로 넣을 정도로 식도락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지요.
이러한 트렌드에 발맞춰 오늘 준비한 내용은 '전 세계 피자 맛집 로드'를 준비해 보았습니다. 두툼한 토핑이 올라간 미국식 피자부터, 바삭하게 구워낸 이탈리아식 화덕피자까지. 고소한 치즈 향이 유혹하는 피자로드로 지금 출발합니다. 지금부터 만나는 피자 도시들의 유혹을 이기지 못할 것 같으면 미리 피자를 주문해 놓는 것도 좋은 방법! +_+
우리는 피자가 생각날 때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이탈리아에 한 판 뜰까?” 오늘 처음으로 찾아온 곳은 이탈리아 나폴리입니다. 역시 '피자'를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도시이자, 가장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곳이지요. 이탈리아 사람들의 피자 사랑과 그에 대한 자부심도 엄청나서, 이탈리아 농무부에서는 나폴리 피자를 보호하고 다른 패스트푸드 피자와 차별화하기 위하여 지침을 마련할 정도입니다. 지침에는 피자의 크기, 화덕의 종류, 토마토 및 밀가루의 종류 등 8개 조항을 까다롭게 규정하였습니다. 이 지침을 따르는 음식점에는 정부에서 보증서를 발급하지요.
이 정도로 정성을 기울이는데 맛이 없을 수 없습니다. 나폴리에서 찾아본 피자 맛집은 Da Michele 입니다. 화려한 인테리어도, 요란한 광고도 없이 오로지 피자 맛으로만 승부하는 이곳은 나폴리에서 최고라 손꼽히는 맛집이지요. 특히 영화 '먹고, 사랑하고, 기도하라' 중 줄리아 로버츠가 치즈가 흐르는 피자를 예쁘게 베어 물던 장면 덕에 더욱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 위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출처 - 네이버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클릭)]
이탈리아 농무부의 지침에 맞는 피자는 우선 촉감이 쫄깃하고 부드러우며 쉽게 접을 수 있어야 합니다. 전기 화덕은 금지되며, 장작 화덕에서 구워야 하고, 온도는 485℃로 해야 한다고 하네요. 크러스트 반죽은 반드시 손으로 해야 하며, 크러스트 두께는 2cm 이하로 만들어야 합니다. 또 피자의 가운데는 두께가 0.3cm를 넘어서는 안 된다고 하고 종류도 마리나라•마르게리타•엑스트라 마르게리타 3가지로 제한한다고 하네요. 그냥 전화로 주문만 하면 되는 줄 알았던 우리에게는 사뭇 진지하면서도 번거로운 절차임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까다로운 절차가 있기에 나폴리 피자의 명성이 유지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나폴리 피자는 다양한 토핑이 올라가는 미국식 피자와는 다르게, 토마토, 바질, 치즈 정도로 최소한의 재료만 사용하기 때문에 신선한 토핑의 맛을 제대로 살리는 것도 관건입니다. 거기다 이탈리아 맛의 대표주자인 파스타까지 함께 곁들인다면 나폴리 식도락 여행을 완성할 수 있지요. 화덕에 구워낸, 장인의 피자 맛보러 나폴리로 떠나볼까요?^^
두 번째로 찾아온 피자로드의 도착지는, 동서양의 문화가 공존하는 터키 서부의 작은 도시 쉬린제입니다. 에페소스 지역에 거주하던 그리스인들이 15세기 무렵에 이주해와 형성한 작은 마을이지요. 본래 지명은 그리스어로 ‘못생긴’을 의미하는 단어에서 유래한 체르킨제였으나 이후 터키어로 ‘즐거움’을 의미하는 현재의 지명으로 바뀌게 된 곳입니다.
산비탈을 따라 조성된 마을의 모든 건물이 흰 회벽에 붉은 기와지붕을 하고 있고 그리스풍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주민들이 직접 재배한 올리브 제품, 포도주를 판매하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여행자들의 발길을 끌고 있지요. 언제나 올리브와 포도주의 향이 흐르는 이곳에서도 유독 여행자들이 찾는 것이 있으니 말하지 않아도 ‘피자’가 그 주인공입니다.
오늘 이곳에서 맛본 것은 일명 '피데'라 불리는 터키식 피자입니다. 터키에서는 일상 음식으로 먹는 대중적인 빵 중 하나로 전통적인 피데는 피자와 달리 치즈를 사용하지 않고, 소금으로 간을 한 밀가루만으로 만들어 매우 담백합니다.
윗면에 달걀을 바르고 참깨를 뿌려내면,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 입니다. 손가락으로 눌러 홈을 만들거나 칼로 찔러서 무늬를 낸 후 피데의 양쪽 끝을 잡고 살짝 잡아당겨 타원형으로 만들기 때문에 흔히 보던 둥근형의 피자와는 모양도 맛도 새롭죠.
피자는 무조건 탄산음료와 먹어야 한다는 편견은 이제 그만! 터키에서 피데와 함께 곁들이기 좋은 음료는 바로 아이란. 터키의 음식 가운데 기본이 되는 것으로 식사 때 빠지지 않는 음료입니다. 터키의 요구르트는 걸쭉하여 보통 떠서 먹는데, 아이란은 여기에 시원한 탄산수를 섞어 묽게 만든 음료입니다. 소금으로 간을 하고 때에 따라 허브로 향을 내기도 하는데 부드러운 거품과 함께 요구르트 특유의 신맛이 더해져, 피데와의 좋은 궁합을 자랑하지요. 담백한 피데와 부드러운 아이란의 환상 조합을 맛보러 터키 여행을 떠나볼까요?
피자로드의 마지막 종착역은 미국 시카고입니다. 치즈가 듬뿍 들어있는 전형적인 '미국식 피자'의 모습을 만날 수 있는 곳이죠. '딥디쉬 피자 (deep dish)'라는 이름에 걸맞게 깊은 접시를 오븐에 넣어 구워내는 시카고 피자는 미국의 다양한 지역 중에서도 이곳 시카고에서만 맛볼 수 있어, 이 도시를 찾는 여행자라면 빼놓아선 안 될 필수 맛집 코스 입니다.
앞서 만나본 이탈리아, 터키식 피자가 바삭하고 얇은 도우에 최소한의 토핑으로 재료 본연의 담백하고 심플한 맛을 자랑했다면, 시카고 딥디쉬 피자는 그와는 정반대의 모습입니다. 마치 거대한 접시와 같은 모형의 두툼한 도우를 만들고 그 안에 각종 고기, 야채, 치즈, 토마토소스를 가득 채워 넣어 그 두께가 보통 5~7 cm 에 달하지요.
토핑이 많이 들어간 만큼 풍부하고 진한 맛을 내는 딥디쉬 피자는 사이즈에 걸맞게 구워내는 시간도 기본 20~30분이 소요됩니다. 손으로 가볍게 들고 먹을 수 있는 바삭한 화덕피자와 달리 도저히 손으로 들고 먹을 수 없을 정도로 흘러내리는 토핑을 보고 있노라면 '시카고 피자란 이런 것이다!'라고 위풍당당하게 이야기하는 것만 같습니다.
다양하게 올라간 야채 토핑 때문에 어쩐지 두꺼운 도우가 눅눅할 것만 같지만, 도우를 따로 먼저 구워내는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과자처럼 바삭한 맛이 특징이지요. 한 조각만 먹어도 든든하게 배가 부른 딥디쉬 피자는 시카고 여행이 선사하는 최고의 즐거움 중 하나입니다.
세계 곳곳에서 만나본 다양한 피자의 향연, 재미있게 보셨나요? 입안에 침이 가득 고이지 않으셨나요? 벌써 치즈 향이 방안을 가득 메운 듯하다고요? 까다로운 규정까지 만들어 역사와 전통을 지켜가는 이탈리아의 전통 피자, 부드러운 요거트와 곁들이는 담백한 터키 피자, 두꺼운 그릇 안에 엄청난 토핑을 넣은 시카고 딥디쉬 피자까지. 피자의 세계는 정말 무궁무진한 듯 합니다. 고소한 치즈향이 진동하고, 신선한 토핑으로 눈과 입이 즐거운 피자로드로 식도락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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