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봄은 유난히 이상합니다. 어떤 날에는 이상 고온으로 여름을 방불케 했다가, 또 계절을 재촉하는 봄비가 내리기도 하고! 그야말로 변덕의 대명사라 부를 수 있을 듯 해요. 그럼에도 이런 날씨가 끝이 나면 폭염으로 중무장한 여름이 어느새 자리잡을 것만 같습니다.
이맘때 찾아오는 괜한 조급함은, 제대로 된 '봄 여행' 한번 떠나지 못하고 이 아름다운 계절이 흘러버리는 아쉬움 때문 이겠지요. 그 동안 지구촌 곳곳에 숨은 명소를 소개해 왔다면, 오늘은 막바지 봄을 느끼기에 좋은 '국내 여행지'를 소개해 볼까 합니다. 국내여행이기에 그리 긴 시간이 걸릴 필요도 없이 마음만 먹으면 준비 끝! 주말을 이용해 훌쩍 떠날 수 있는 짧은 여행 - 남도에서 찾은 '봄 여행 길'. 함께 떠나볼까요?
전남 완도에서 약 20km. 산들은 높이가 고만고만해 독립된 산이라기 보다 섬을 이루는 봉우리로 보아야 될 정도로 낮고 규모가 작은 곳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하늘, 산, 바다가 모두 푸르고 자연 경관이 뛰어나게 아름다워 불려진 이름하여 '청산도'. 요맘때 찾으면 바다 바람에 넘실넘실 춤을 추는 듯한 청보리와 샛노란 유채의 향연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청산도는 영화 ‘서편제’, 드라마 ‘봄의 왈츠’의 촬영지로 알려지며 많은 여행자들이 찾기 시작하였고, 바다 경관을 따라 산책할 수 있는 산책로도 잘 갖추어져 있습니다. 봄의 왈츠에서 나온 하트해변은 그 중에서도 빼 놓을 수 없습니다. 이 섬은 2007년엔 아시아 최초의 '슬로 시티(slow city)'로 선정되었고 그 이후 슬로 걷기 축제가 열리는 등 도시 생활에 지친 사람들이 천천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힐링 여행지'로 사랑받고 있지요.
돌이 많고 바람이 많이 불어 돌담을 쌓아 올린 돌담길은 제주도의 풍경과는 또 다른 소박한 멋이 있지요. 영화 서편제의 배경이 된 곳도 바로 이곳입니다. 매년 봄이면 수많은 여행자가 찾는 곳이긴 하지만 시골의 정취를 그대로 갖고 있어 더욱 정감 가는 풍경을 간직한 곳. 남도의 봄은 대한민국의 최남단 청산도에서 찾아와 푸른 바다처럼 넘실넘실 춤을 추고 있습니다.
남도의 봄, 그 두 번째 여행지는 순천 선암사 입니다. 전라남도 순천시에 있는 고찰로 신라시대에 창건된 곳이지요. 흙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우거진 숲 사이로 맑은 계류가 흐르고 사찰로 향하는 발걸음을 가볍게 합니다. 특히나 꽃살 무늬로 장식된 사찰은 주위의 자연과 어우러져 더욱 독특하고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지요.
선암사는 사시사철 철따라 피고 지는 매화•동백•철쭉•산수유•영산홍•수국•물푸레나무 등 수목원을 연상케 하는 화려한 꽃과 나무들의 향연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기에 국내에서 몇 안되는 사진작가들이 매년 찾는 코스라고도 합니다. 따뜻한 봄 볕을 맞으며 나무가 우거진 사찰의 풍경을 보고 있는 것 만으로도 휴식과 여유를 얻을 수 있지요. 굳이 거창한 종교적인 이유 없이도 이곳 선암사를 찾을 이유는 충분해 보입니다.
봄에는 ‘선암사 매화’라 불리는 꽃의 물결을 보는 것도 좋고 따뜻한 차 한잔을 곁들이며 여유롭게 지내봐도 좋은 곳입니다. 선암사 후원 야생차 밭에서 나온 신선한 찻잎을 9번 찌고 9번 덖어서 만드는 선암사 야생차는 사찰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자연의 시간을 선물하는 것만 같습니다.
선암사를 떠날 즈음 남도에서 빼놓아선 안될 맛집을 탐험하는 것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음식이 맛있기로 소문난 남도. 굳이 인터넷에서 이름난 맛집을 찾아가지 않아도 기본 반찬은 스무 가지가 훌쩍 넘어가는, 그야말로 상 다리 부러질 듯한 '진수성찬'을 쉽게 만나볼 수 있는 곳 입니다. 남도에 갔으면 당연지사 음식 맛을 봐야 하는 것이겠지요? '백반'이란 소박한 메뉴 하나에도 이토록 푸짐한 한 상을 받아 볼 수 있는 건 남도여행만이 선사하는 또 다른 즐거움입니다.
자, 맛있는 남도 음식까지 맛 보았다면, 남도 여행을 마무리 할 아름다운 '석양'을 만나러 갑니다. 그 도착지는 바로 신안군 증도! 증도는 지난 2010년 증도대교가 개통되면서 '섬'이지만 배를 타고 이동할 필요가 없어, 좋은 접근성 덕에 더욱 많은 여행자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증도에 내리면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우리나라 최대의 소금 생산지라는 광활한 태평염전입니다. 간척지로 생긴 염전과 농지가 조화있게 펼쳐져 있고 염전 사이를 지나 한참 가다 보면 우전리에 위치한 우전해수욕장이 보이지요. 백사장 길이 4㎞에 이르는 우전해수욕장은 90여개의 무인도들이 떠 있어 수평선이 아름답기로 유명하고 주변의 울창한 소나무 숲 때문에 시원한 풍경을 자랑합니다.
증도의 또 하나의 명물은 바로 짱뚱어 다리! 우전해수욕장 갯벌 위에 있는 목교로 썰물 때 다리를 건너면 짱뚱어, 칠게, 조개 등 갯벌의 자연생태를 눈으로 보고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곳 입니다. 이 다리에 낚시줄을 걸고 아주 실한 놈을 기다리는 어른들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어요. 아이들의 생태체험으로, 어른들의 힐링여행으로도 손색없는 여행지입니다.
낙조가 넘어가는 시간에 찾는다면 가장 아름다운 증도의 풍경을 만날 수 있습니다. 너른 갯벌과 평화로운 수평선 너머로 온통 주황빛으로 물드는 섬과 갯벌을 볼 수 있지요. 남도 여행의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하기에 더 없이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벌써부터 겉옷이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걸 보니 확실이 봄이 저물어 가고 있나 봅니다. 봄이 되면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계획은 많이 세웠는데, 많이 아쉽다고요? 청보리, 유채가 넘실넘실 춤을 추는 청산도에서 시작해, 고즈넉한 사찰의 여유를 느끼고 맛있는 남도 음식으로 미식 여행을 즐긴 뒤 아름다운 낙조로 마무리한 남도 이번 여행코스 한 번 선택해보시는 건 어떠세요?
굳이 공항으로 떠나지 않아도 1박 2일 주말을 이용해 다녀올 수 있는 남도 힐링 여행지. 이 아름다운 꽃의 계절이 저물기 전, 마지막 봄을 만나러 여행길에 꼭 떠나 보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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