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상사 하사원은 아직도 유부장님만 보면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얼마 전 부장님이 아프셔서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퇴근하자마자 병문안을 갔는데요, 조용히 인사만 하고 나왔으면 좋았을 걸 병실에서 기운 없이 앉아있는 부장님의 모습을 보고 웃음을 드리기 위해 최근 가장 핫한 걸그룹 ‘에이핑크’의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춘 것… 부장님에게 웃음을 드린 것 같아 뿌듯한 마음에 집으로 와서 가족들에게 말했다가 부모님께 혼이 나고 맙니다. 병문안을 가서는 환자가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조용히 인사만 하고 나오는 게 예의라는 것… 하사원은 자신의 행동이 창피하고 부장님께 죄송해서 그날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학창시절을 지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경조사를 점차 경험하게 되죠? 처음에는 낯설던 일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당연한 일들이 되고, 또 자연스럽고 익숙해지게 됩니다. 나이가 들면서 경험하게 되는 다양한 경조사.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오늘은 평소 자주 접하게 되는 ‘일’들에 대한 예절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어린 후배들의 결혼식에는 캐주얼 정장을, 선배나 손윗사람의 결혼식에는 포멀한 정장을 입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청바지를 입고 후배 결혼식을 다녀온 저의 모습을 본 이모부께서 한마디 하셨습니다. “결혼식장에는 물론 후배들도 있지만, 부모님, 선배나 상사들도 계실 텐데 격식을 차려야지…”라는 말씀! 듣고 보니 그동안 제 생각이 짧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혼식에 참석하는 남성은 캐주얼보다는 양복 정장을 입는 것이 예의입니다. 가까운 사람이 아니라고, 결혼식 후에 다른 스케줄이 있다고 해서 평상복을 입고 참석하는 것은 될 수 있으면 삼가야 합니다. 티셔츠나 청바지 같은 편한 복장은 신랑과 신부뿐만 아니라 양가 어른들을 의식하지 않은 것으로 보일 수도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는 점~
결혼식에 참석하는 남성의 옷차림은 짙은 색 양복에 밝은색 넥타이가 기본이며, 남녀 모두 블랙 한 벌로 입는 것은 금기 시 된다고 합니다. 자칫하면 결혼식장이 장례식장 같은 분위기가 연출될 수도 있기 때문인데요, 결혼식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 수 있도록 그에 알맞은 옷차림은 결혼식을 더욱 빛나게 해 줄 것입니다.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축의금은 홀수로 내야 하는 것은 다들 아시죠? 동양권에서 홀수가 길한 숫자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10만 원은 그럼 짝수가 아니냐고요? 10만 원은 3과 7이 합쳐져서 홀수로 친다고 합니다.
신입사원 시절 팀장님께서 위암으로 수술하신 적이 있는데요, 수술을 마치신 팀장님께 한 10명 되는 팀원 모두가 우르르 몰려갔습니다. 건강하신 모습에 반가워서, 팀원들과 함께 웃고 떠들며 팀장님의 정신을 쏙 빼놓고 온 적이 있습니다. 수술 후 많이 힘드셨을 텐데, 아직도 죄송한 생각이 들곤 합니다.
병문안을 가기 전에는 가족들이나 입원한 당사자들에게 사전에 방문한다는 연락을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병원에서 허락된 문병 시간이 있는지를 파악해 두어야겠죠? 한꺼번에 우르르 몰려서 병문안을 가는 행동은 금물이고 상대의 연락을 기다렸다가 면회가 가능하다고 하면 대표를 보내어 병문안하도록 해야 합니다.
입원 환자는 몸도 마음도 피곤한 상태이기 때문에 병실에 머무르는 시간이 오래 지체되어선 안 되며 수술 후 수일 뒤에는 환자 면담은 15분, 평상시에는 30분 이내가 적당하다고 합니다. 수술 직후나 심각한 병인 경우에는 본인을 만나기보다는 가족들만 만나야 합니다. 환자를 만나면 “XX XXX 해서 깜짝 놀랐는데 직접 뵈니 많이 좋아져서 다행입니다.”와 같이 긍정적인 말로 힘을 실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환자와의 관계에 따라 가벼운 농담으로 상대의 긴장을 완화해주는 것도 정신 건강에 좋습니다.
대학 시절 친구 아버지께서 갑자기 돌아가셨습니다. 학교 친구들과 장례식장을 찾았는데 뒤늦게 온 한 여자 친구가 세배하듯이 큰절을 했습니다. 친구들이 놀라서 나중에 얘기해줬지요. 친구는 장례식장이 처음이라 어떻게 하는지 몰랐다며 얼굴이 빨개졌습니다. 가끔 후배들이 상갓집을 갈 때, “저 상갓집은 처음인데…”라며 이것저것 꼬치꼬치 캐물을 때가 있는데요, 경험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럼 경조사 중 가장 어려운 자리인 조문할 때의 예절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
조문만큼 예의를 깍듯이 갖춰야 할 자리도 없습니다. 자칫 실수를 범했다가는 자신뿐 아니라 망자와 상주들의 명예에 큰 손상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인데요, 조문 시에는 검은색 계통의 단정한 정장이 가장 무난합니다. 번쩍거리는 옷차림은 삼가해야 하며, 여성의 경우는 짙은 립스틱이나 매니큐어는 지우고, 진주와 결혼반지 외의 액세서리는 착용하지 않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조의금은 헌 돈으로 하는 것이 관습이고, 자신의 형편에 맞게 장만하면 됩니다. 부조할 형편이 되지 못하더라도 참석하여 위로를 표하는 것이 좋으며, 조의금을 낼 때는 조문의 뜻과 조문자의 이름, 금액을 기록한 속 종이에 싸서 봉투에 넣는 것이 전통적인 방법이지만, 요즘은 봉투의 겉봉에 조의금을 내는 사람의 이름만 기록하여 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상가의 궂은일을 돕되, 상례 절차 등에 대해서는 간섭하지 않아야 하며, 종교나 풍습의 차이가 있더라도 상가의 예를 존중하고 따르는 것이 좋습니다. 조문 절차는 종교의식에 따라 다르나 유교식의 조문 예절에서는 두 번 큰절 및 목례 후 상주와 한 번 평절을 합니다. 큰절할 때 본래 남자는 왼손을 위로, 여자는 오른손을 위로 해야 하지만, 조문 시에는 남자는 오른손이 위로, 여자는 왼손이 위로 올라가도록 공수한 상태에서 절을 하면 됩니다.
기독교식으로 헌화만 할 때는 꽃송이가 고인을 향하도록 영전에 놓은 다음 물러서서 묵념 또는 기도하며, 분향 할 때는 향을 입으로 불어서 끄면 절대 안 된다는 사실! 향은 손가락으로 가만히 잡아서 끄든가, 향을 잡은 반대쪽 손으로 가볍게 바람을 일으켜 꺼야 합니다. 가족이나 친지의 죽음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거나 간단하게 ‘애도합니다.’라고 말하면 됩니다. 간혹 상주에게 고인에 대해서 이것저것 질문을 한다거나 집요하게 돌아가신 분의 사인을 묻고 다니는 것은 큰 실례입니다. 죽음은 그 자체로 매우 엄숙한 일이므로 죽음을 한낱 이야깃거리로 취급하지 않도록 조문의 예법을 잘 익혀두도록 합시다.
기쁜 일은 함께 나누면 배가 된다고 하고, 슬픈 일은 함께 나누면 그 슬픔이 반이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어려울 때 함께했던 분들이 기억에 정말 많이 남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조문을 당한 동료가 있으면 절대 빠지지 않고 가는 편입니다. 어찌 보면 너무나 평범한 예법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나 익숙해서 잘못된 예법을 지속적으로 시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극히 평범한 내용, 혹시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은 없는지 한 번쯤 되짚고 넘어가는 것도 원활한 사회생활을 위해 좋을 것 같습니다. 직장생활에서 예고 없이 접하는 경조사들, 조금만 신경 쓰면 누구나 예절 바른 직장인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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