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목적지에 다다른 ‘꽃보다 청춘’들이 여행한 페루를 기억하시나요? 고대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골목길을 걸으면서 놀라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한데요. 여행지마다 가지고 있는 고유의 골목길은 때로는 그 나라를 대표하는 여행명소가 되기도 하죠.
갑자기 꽃보다 청춘에서 살짝 지나친 골목길을 이야기하는 이유가 궁금하시겠지요? 그 전에 곰곰이 생각해봅니다. 해외여행지에서 여행자가 가장 많이 하는 행동은 과연 무엇일까요? 길 찾기? 사진 찍기? 아마 이것보다 많이 하는 것은 없을 테지요. 바로 '도보여행'입니다. 평소 운동이라곤 숨쉬기밖에 하지 않았던 여행자도 낯선 곳에선 어쩐지 이 골목, 저 골목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찾아다니기 마련인데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세계 곳곳에 숨은 걷기 좋은 길. 도심 생활에 지친 사람들에게 여유와 안식을 주는 평화로운 도보 여행길로 함께 떠나보시죠.
운하의 도시, 히딩크의 도시, 안네의 일기 속 바로 그곳. 오늘 첫 번째로 찾아온 곳은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입니다. 대부분 수도가 그러하듯 사람이 많고, 또 그만큼 붐비기 마련이지만 규모로 보면 유럽 내에서도 손꼽히는 작은 나라인 네덜란드이기에 수도 암스테르담 역시 주요 여행지는 도보로 다녀도 될 만큼의 거리입니다.
암스테르담 도보여행의 첫 번째 기착지는 다양한 미술관입니다. 네덜란드가 낳은 세계적인 화가 빈센트 반고흐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텐데요. 그의 작품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빈센트 반고흐 미술관과 짙은 브라운 톤의 초상화로 잘 알려진 렘브란트 하우스는 암스테르담 여행에서 빠져선 안 될 볼거리입니다.
튤립이 유명한 네덜란드답게 운하 옆으로 자리한 싱겔 꽃시장은 도보여행으로 지친 다리를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휴식처가 되어 줍니다. 네덜란드가 낳은 슈퍼스타 '하이네켄 맥주 박물관'에 들린다면 본고장에서 맛보는 시원한 맥주 한잔의 여유도 누릴 수 있겠지요. 네덜란드 주전부리의 1순위라 할 수 있는 마요네즈 뿌린 감자튀김은 암스테르담 도보여행을 좀 더 즐겁게 해줄 길거리 음식입니다.(우리나라에서 맛볼 수 있는 유사한 감자튀김과는 비교할 수 없는 맛을 자랑하지요!) 도보로 여행하는 네덜란드 수도 여행. 작지만 알찬 볼거리로 여행자의 발길을 유혹하고 있습니다.
일본 제 2 도시라 불리는 오사카에서 기차로 1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교토는 일본 중에서도 '가장 일본다운 도시'라 불릴 만큼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기로 유명합니다. 오사카가 도쿄에 이어 일본 제 2의 관광도시가 되면서 덩달아 근교 도시인 교토도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지요. 교토 시내나 주요 사찰들은 일본의 옛 모습을 찾으려는 여행자들로 연일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이렇게 복잡한 교토 시내를 잠시 벗어나 버스로 40여 분을 달리면 만날 수 있는 '아라시야마'는 마치 영화 촬영장을 방불케 하는 거대한 대나무 숲으로 잘 알려졌습니다. 특히 오전 일찍 이곳을 찾으면 들리는 소리라곤 지저귀는 새소리와 대나무가 바람결에 스치는 싱그러운 소리밖에 들리지 않아 그야말로 힐링의 명소이지요. 눈을 감고 넓은 대나무숲 가운데 홀로 서 있는 상상을 해보세요. 으아~~~ 매우 멋집니다.
예전 일본의 풍습 중 하나였던 인력거를 타고 이곳 아라지야마의 대나무 숲을 돌아보는 것도 색다른 체험입니다. 천천히 나만의 속도로 대나무 숲을 거닐다 보면 도심 생활에 지친 현대인들은 크게 숨을 내 쉬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지요. 가장 일본다운 도시에서 즐기는 대나무 숲 도보여행, 학교에서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큰 심호흡과 함께 날려버리면 어떨까요?
알퐁스도데의 소설 '별'은 한 소녀와 소년의 아름다운 첫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어깨에 기대어 별을 바라보던 바로 그 장면, 작가 알퐁스도데가 선택한 배경지는 프랑스 동부의 알자스 지방인데요. 예쁜 독일식 목조가옥이 많기로 소문난 이 지역 또 하나의 명물은 바로 '포도밭'입니다. 세계적으로 이름난 알자스 지방의 와인을 만드는 거대한 포도밭이 크고 작은 마을들 사이로 펼쳐져 있지요.
리크위르 - 리보빌레 - 꼴마르 등 알자스 지방의 어여쁜 마을로 찾아가 알록달록 색을 입힌 집들을 구경하고 싶지만, 워낙 작은 시골 마을이다 보니 마을버스의 배차 간격은 30분부터 4시간까지 그야말로 들쑥날쑥 입니다. 여행자에겐 심히 불편한 이 버스 스케줄 때문에 많은 여행자가 이 지역 여행을 쉽게 포기해 버리기도 하지요. 하지만 이 때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이 바로 포도밭 도보여행입니다.
특히 휘나위르에서 리보빌레로 향하는 포도 밭길은 차가 전혀 다니지 않는 언덕길로 조성되어 실제로 마을을 오가는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길 이기도 합니다. 양쪽으로는 수 천 평의 포도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고, 드문드문 나타나는 목조가옥의 모습은 그야말로 동화 속 한 장면을 연상케 합니다. 첫사랑 소설의 배경이 된 아름다운 알자스를 천천히 거닐며, 순수했던 추억을 떠올려 보는 건 어떨까요?
세계 곳곳에 숨은 멋진 도보여행길, 즐겁게 보셨나요?
네덜란드의 수도에서 즐기는 다채로운 도보여행, 일본의 대나무 숲이 선사하는 힐링 로드, 포도밭과 어여쁜 목조가옥이 즐비한 프랑스의 와인가도까지.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삶의 템포를 한 단계 늦추고 여유와 안식을 찾는다면 이만한 여행이 없어 보입니다. 다가오는 가을엔 일상의 스트레스를 모두 던져버릴 평화로운 도보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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