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바람 솔솔 불어오며- 오래전 덮어둔 책 한 권을 슬며시 꺼내 들고 싶은 계절입니다. 어쩐지 가까운 서점을 찾아가 신간이 진열된 진열장을 바라보고 싶기도 하지요. 감성에 젖어드는 계절, 지구촌 곳곳에도 이처럼 가을 여행을 더욱 즐겁게 해줄 '서점'들이 있습니다. 가을에 딱 맞는 여행 코스가 아닐까 하는데요, 특별히 오늘 만나볼 서점들은 역사와 문화는 물론 영화 속 배경으로 등장해 깊은 인상을 남겼던 곳입니다. 영화 속 그 서점, 지금 함께 만나볼까요?
처음으로 소개해드릴 서점은 시간이 멈춘 듯한 서점이란 표현이 너무도 잘 어울리는 장소, 헤밍웨이와 같은 대문호를 배출하기도 했고, 비포선셋이란 로맨틱한 영화에 등장해 화제가 되었던 곳입니다. 바로 파리 센강에 위치한 '세익스피어 앤 컴퍼니' 서점은 영문서적 전문 서점으로 미국인 조지 휘트만이 영문학을 알리기 위해 1951년에 연 서점입니다. 이 때문에 영어권 작가들이 가끔 초대되어 독자와의 만남을 갖기도 하지요.
후속편은 흥행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은 영화판의 공식을 깨고 여행에서 만나는 설레는 로맨스를 잘 표현한 비포 선라이즈와 비포 선셋. 유럽 횡단 열차안에서 우연히 만난 남녀 두 주인공은 생면부지의 이방인이지만 교감은 급속도로 깊어져, 이후 14시간을 비엔나에서 함께 보내게 됩니다. 그리고 이튿날 동트기 전, 6개월 후에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남긴 채 기차역 플랫폼에서 헤어지지요.
그렇게 운명의 한 획을 그은 그 날 아침으로부터 9년 후, 어느덧 베스트셀러 소설가가 된 남자 주인공은 출판 홍보 여행 중, 파리의 한 서점에서 우연히 여자 주인공을 다시 만나게 됩니다. 이 두 남여주인공의 로맨틱한 재회 장면의 배경이 된 곳이 바로 이곳 '세익스피어 앤 컴퍼니' 서점입니다. 두 주인공은 극적인 재회 후 그날 저녁을 함께 보내면서 서로의 마음속에 아직도 9년 전 못지않은 깊은 교감이 살아있음을 발견하고 파리에서의 짧은 시간 동안 사랑을 재발견해 나간다는 이야기이지요.
세상 가장 로맨틱한 도시에서 여행의 설렘을 가득 담은 로맨스 영화의 배경이 된 바로 그곳. 에단 호크와 같은 근사한 남자 주인공과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지는 그런 행운이 여러분에게도 찾아올까요? :)
영국 런던은 유럽의 많은 도시들 가운데 가장 현대화가 많이 진행된 도시 중 하나입니다. 높이 솟은 빌딩들, 근사한 정장차림의 런더너들은 여느 유럽의 고풍스러움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지요. 하지만 이런 런던도 아기자기하고 소박한 멋을 오랜 시간 지켜가고 있는 곳이 있으니 그곳은 바로 '노팅힐' 입니다. 도심을 구분하는 한 지역의 이름이자, 유명한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노팅힐. 오늘 찾아온 두 번째 서점 역시 영화 노팅힐에 등장했던 '트레블러스 북샵' 입니다.
웨스트 런던의 ‘노팅 힐’에 사는 소심한 남자 주인공 휴그랜드는 독신의 친구와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노팅힐 시장 한쪽 구석에 위치한 조그마한 여행서적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었지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무미건조한 하루를 보내고 있던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기 영화배우 안나 스콧(줄리아 로버츠)이 그의 책방 문을 열고 들어와 책을 사고 나가자 이 엄청난 사건에 어쩔줄을 모릅니다.
영화 속에서 고리타분하고 소심한 남자와 유명여배우가 처음 극적으로 만났던 장소이자, 여자 주인공이 루머로 인해 곤경에 처했을 때 잠시 함께 생활을 하기도 했던 공간. 지금 현재에는 노팅힐의 '트레블러스 북샵'이란 명칭은 사라졌지만 영화 촬영지였던 서점 자리엔 다른 이름의 작은 서점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여행자들에게 유난히 인기가 좋은 포토벨로 마켓이 지척에 있고, 아직도 로맨스 영화의 여운을 기억하는 전 세계 여행자들로 이 작은 서점은 연일 북새통을 이루지요. 주말의 벼룩시장과 함께 둘러보면 좋은 노팅힐의 서점. 줄리아로버츠와 휴그랜트의 젊은 시절 모습을 영화로 미리 먼저 만나고 간다면 그 감흥은 두 배가 될 겁니다.
런던과 파리에서 만나 본 영화 속 그 서점 이야기, 재미있게 보셨나요? 영화 속의 명소를 직접 찾아가는 것은 여행의 또 다른 매력이 될 수 있지요. 게다가 서점이라면 더욱 독특한 감동과 재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여행지에서 만난 낯선 이와의 긴박하고도 극적인 로맨스에 대해 무한한 환상을 심어준 비포 선셋의 서점부터, 서점 주인과 영화배우의 만남이라는 다소 고리타분한 소재를 아름다운 배경과 함께 더욱 로맨틱하게 풀어낸 노팅힐까지. 두근거리는 설렘을 안고 찾아가 보는 영화 속 서점 여행, 이번 가을의 테마 여행으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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