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직장인’이라는 단어를 보면 안쓰러운 기분 먼저 드는데요, 그도 그럴 것이 직장인 관련 기사들만 봐도 <13월의 세금폭탄 터진 직장인, 직장인 778만 명 4월 건보료(건강보험료) 폭탄, 직장인 만성피로, 직장인 연차 다 못 쓴다> 등 긍정적인 내용은 찾아보기 힘든데요, 이렇게 불쌍한 직장인에게 승진과 연봉인상이 가장 큰 낙이라고 하는데, 요즘 같은 불경기에는 이마저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ㅠ_ㅠ
그렇다고 직장인들에게 이런 현실적인 큰 문제들만 있느냐? 그렇지 않기에 더 슬퍼지는데요,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이런저런 서러운 순간들이 수시로 찾아오게 됩니다. 행복해지기 위해, 혹은 꿈을 펼치기 위해 직장을 다니는 우리의 직장인들! 이들의 피할 수 없는 서러운 순간들은 언제일까요?
2박 3일간의 출장을 마친 다음 날 아침,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픈 적이 있습니다. 늦잠을 잤다는 핑계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새벽 6시쯤 팀장님께 문자를 보내고, 출근 시간쯤 전화해서 반차를 내고 오후에 출근하겠다고 했습니다. 더 자고 일어났지만, 머리는 더욱 아파졌고 동네 병원에 다녀와도 나아지지 않아 회사를 못 가겠다고 팀장님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출장 보고서도 써야 하고, 출장으로 3일간 자리를 비우고 결근까지 하게 돼서 맘이 계속 불편했죠…. 하지만 상태는 더 안 좋아져 종합병원을 갔더니 ‘뇌수막염’이었습니다. 5일을 입원했는데, 차라리 마음이 편했습니다. ‘거봐… 나 진짜 아픈 거라니까…’
직장인 47% 아파도 참는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참 씁쓸하더군요. 직장인이 아파도 참는 대표적인 이유는 ‘상사, 동료의 눈치가 보여서, 대신 일 할 사람이 없어서’, ‘출근하는 것이 차라리 속 편해서’, ‘다른 동료에게 피해 주기 싫어서’ 등이었는데요, 아파도 마음껏 아플 수 없는 직장인의 삶. 참 서글픕니다. 10여 년 전 처음 입사 당시 팀장님께서는 위암 수술로 휴직하시고도 틈틈이 업무 보고를 받으러 회사에 나오셨습니다. 건재한 존재감의 표현이었습니다. 우리는 나 자신을 위해, 가족을 위해, 사랑하는 누군가와의 행복한 생활을 누리기 위해 일하는 것인데, 아픔까지 반납해야 하는 현실이 서글프고 씁쓸합니다.
어느 날 방송국에서 자료 요청이 와 과장님께 보고를 드리고, 자료를 보냈는데, 나중에 상무님께 무지막지하게 깨졌습니다. 네가 뭔데 그 중요한 자료를 마음대로 보내주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옆 팀도 다 들릴 정도의 고함이라 창피해서 고개를 들 수가 없었습니다. 나는 분명 보고를 하고 확답을 받고 보냈지만… 과장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리에 앉아 컴퓨터 자판만 두들기고 있었고, 저는 억울하지만, 상무님께 아무 말도 못 하고 그 꾸지람을 다 들어야 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억울한 일들이 너무 많습니다!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라는 진리 아닌 진리가 잘 통하지 않는 경우도 많은데요, 내 잘못도 아닌데, 혼자서 그 잘못을 몽땅 감수해야 하는 일이 부지기수입니다. 해명할 수 있는 경우도 물론 있지만, 지시해놓고 위에서 나 몰라라 하면 그냥 뒤집어써야 하기도 하죠, 팀장급이면 팀원들의 잘못을 떠안고 가야 한다지만, 사원, 대리 나부랭이들에게 가끔은 너무 가혹한 일들도 많습니다. 잘못하기라도 했으면, 깊은 반성과 사죄 그리고 책임을 지겠지만,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땐… 더럽고(?) 치사해서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데요, 하지만 더 슬픈 건 실제로 그럴 수 없는 우리는 직장인이라는 겁니다.
접대 자리에서 점심부터 이어진 술자리는 저녁 6시 정도가 되어 끝났습니다. 토를 하면서 마셨지만, 쏟아 붓는 술을 감당하기엔 체질적으로 아세트알데하이드(알코올 분해 효소) 분비가 너무 부족했지요. 팀장님께서는 현지 퇴근을 하라고 하셨지만, 젊은 혈기에 벌건 얼굴로 영어 학원을 가기 위해 다시 회사 근처로 왔고 후배에게 책과 가방을 가져다 달라고 해서, 학원으로 가서 잠이 들었습니다. 술 냄새 풍기며 잠까지 잔 나 자신이 참 초라하고 한심하게 느껴진 순간입니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원하든 원치 않든 술을 마셔야 하는 자리는 많죠? 사회생활을 하면서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이 정말 많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술 잘 마시는 사람은 ‘우리 팀의 알코올 탱크’라며 칭찬까지 받는 게 현실입니다.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은 못 마시는 사람을 이해 못 하죠? 빼는 줄 알 거나, 엄살인 줄 압니다. 하지만 술자리에서 술을 안 마실 수 없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인데요,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혹은 분위기 때문에라도 술을 들이붓게 됩니다. 자리에서 뻗어 자거나, 미친 듯이 토를 할 때, ‘내가 이러려고 회사 들어온 게 아닌데…’라는 서글픈 생각이 듭니다.
회사에 들어와 난생처음으로 등산화랑 등산복을 샀습니다. 왜일까요? 연말이랑 연초에는 등산을 자주 가기 때문입니다. 물론 개인적인 산행은 아니고 회사에서, 부문에서, 팀에서 가는 산행입니다. 그것도 주말에… 황금 같은 주말에… 주말에 등산을 가게 되면 금요일 밤까지 반납해야 합니다. 새벽같이 일어나야 하기 때문이죠. 처음에는 정~말 가기 싫었지만, 이제는 운동한다고 생각하고 마음을 놨습니다. 하지만 일요일 아침 당기는 두 다리는 나의 소중한 일요일까지 힘들게 만들어 버리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입니다. ㅠ_ㅠ.
직장인들에게 점심시간은 꿀과 같고, 퇴근 시간은 금과 같고 주말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다이아몬드와도 같은데요, 고생한 한 주를 마감하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기에 이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입니다. 그런데 직장인들에게는 상상조차 하기 싫은 일들이 일어나죠. 금요일 오후에 떨어진 업무 시지, “월요일 오전까지 보고해라!”를 비롯해 직장동료 선후배, 협력사 경조사 그리고 주말 산행이나 체육대회, MT 등… 단합을 위한다는 명목이지만, 주말까지 반납하며 단합하고 싶은 직장인들은 없을 것입니다. 주말만을 기다리는 직장인들에게 주말까지 반납하며 헌신해야 하는 현실… 참 서글프죠?
직장인들에게는 참 서글픈 순간들이 많죠? 하지만 누구나 다 겪고 참고 지내는 그런 일들입니다. 신세 한탄만을 하기엔 우리가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는 시간은 점점 짧아지고 있으니 우리는 이런 서글픈 환경에서 스스로 행복을 찾아야 합니다. 예전에 상무님께서 “직장에서 욕먹는 거는 다 월급에 포함된 거야!”라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는데요, 욕 한 번 먹으면 ‘월급 값했다’라고 생각하면 마음은 편하지 않을까요?
“우리는 우리가 행복해지려고 마음먹은 만큼 행복해질 수 있다.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나 조건이 아니라,
늘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행복을 찾아내는 우리 자신의 생각이다.
행복해지고 싶으면 행복하다고 생각하라.”
에이브러험 링컨의 말인데요, 아침에 일어날 때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난 행복한 사람이다’라고 주문을 걸어 보는 건 어떨까요? 그러면 지금보다는 행복해지지 않을까요? 월요병으로 고생하고 있을 직장인 여러분, 모두 힘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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